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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인 없는 은행, 주인 있는 은행

나라은행의 이종문 이사장이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상장기업인 나라은행의 지분 6.19%를 갖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가 '티벳과 네팔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교육 인프라를 세워주는 일에 매진하기 위해' 갑자기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종문 회장은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대어'와도 같았다. 실리콘밸리에 살아 쉽게 만나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기삿거리'가 있었고 폭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 배울 점도 많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 있고 작년에 달라이 라마가 샌프란시스코를 찾았을 때는 사비로 환영 만찬을 열어 주기도 했던 그다. 와인 애호가이자 골동품 수집가이며 국제전략연구소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등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에 대한 소개는 이쯤으로 해두고 이 전 이사장의 사임을 계기로 지배 주주가 있는 기업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전 이사장의 사임이 유난히 주목받는 건 그가 나라 내부에서 확고한 리더로 활동해 온 지배주주이기 때문이다. 한인은행가에서는 나라와 함께 윌셔은행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주주가 이사장으로 있는 케이스이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강력한 리더십과 혜안으로 조직을 이끄는 지배주주가 있다면 그 어느 기업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될 수 있다. 그 반대로 지배주주가 없다면 회사 고위층이 분열돼 싸우는 내분이 잦을 수 있고 특정 사안에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배주주가 있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배주주를 중심에 둔 '그들만의 리그'가 조직 내부에 형성될 수 있고 수백명의 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를 책임져야 하는 기업이 한 개인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 될 소지가 많다. 줄서기와 같은 사내정치가 심해지면 조직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금융회사는 공공기업의 성격이 강해 지배주주를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지배주주에 의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공정하지 못한 경영 개입이 있을 수 있다. 경영진과 이사진이 지배주주 눈치를 보느라 해야 할 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지배주주가 없는 경우도 장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상장기업에서 한 개인이 5% 이상의 지분을 갖는다는 건 그 기업 스스로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투자자는 매매가 있을 때마다 그 내역을 공시하도록 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있다. 제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결국은 제도를 운용하는 개개인의 문제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지배주주에 나가라 할 수도 없고 지배주주를 새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적인 규제나 시스템 보완보다는 기업 스스로의 상황에 맞는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2010-09-17

이종문 이사장 물러난 나라은행은…"다음 이사장 누가 되나" 은행권 시선 집중

나라은행의 이종문 이사장(81)이 지난 15일자로 전격 사임함에 따라 차기 이사장에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라은행은 오는 22~23일 양일간 월례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어 이 모임에서 차기 이사장 선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뚜렷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어 자칫 이사장 공석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이 이사장의 사임으로 나라 이사회는 박기서 백제선 존 박 스캇 황씨 등 한인 4명과 스티븐 브로이디 루이스 코소 등 비한인 이사 2명 앨빈 강 행장을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차기 이사장 후보로는 건축가로 잘 알려진 박기서 이사가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박 이사는 지난 2006년 이 이사장이 은행과 지주사 이사장직을 사임했을 당시 자리를 이어받은 경험이 있고 그 이후에도 이 이사장과 은행의 주요 업무들을 챙겨왔다. 하지만 최근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 이사장직을 맡을 지가 불확실하다. 또 백제선 이사의 경우 뉴욕에 거주하고 있어 거리상 한계가 있고 존 박 이사도 이런저런 이유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캇 황 이사는 이사회 참여한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평이다. 스티븐 브로이디와 루이스 코소 등 2명은 은행 합류가 반년도 채 되지 않았고 비한인 사외이사라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 이사장이 사임을 결심하고 이미 차기 이사장에 대한 구상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 주 외지의 이사들이 텔레컨퍼런스로 참석해야 했을 정도로 긴급하게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이에 대한 논의를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 측은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되더라도 대주주로서 이 전 이사장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이사장도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라 주식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지난 5월5일 현재 보유 지분이 6.19%에 달하지만 그 외에 지분이 1% 이상인 이사는 없는 상황이다. 나라의 이사진 및 경영진의 지분 총합은 8.60%이다. 익명을 원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은행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5% 이상 대주주는 매매시 반드시 SEC에 신고를 해야 해 쉬운 결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막후에서 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물이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 이사장의 사임으로 현 경영진의 행동 반경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나라는 윌셔와 함께 이사장의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확실한 지배구조가 갖춰진 은행 가운데 하나였다"며 "이 이사장의 사임으로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되더라도 나라 경영진에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승은 기자 [email protected]

2010-09-16

"경영 긍정적 변화 역할 다 해냈죠" 물러난 나라은행 이종문 이사장 일문일답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나라은행의 이종문 이사장은 "경영진과 이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낸 지금 내 역할은 다 했다"며 자신의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곤국가의 교육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그의 사임 발표는 갑작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복귀했다가 1년 반만에 다시 사임하게 됐는데. "주당 25달러까지 갔던 주가가 2.50달러까지 떨어져서 복귀했다. 당시 경영진은 경기탓을 했는데 나라 주가는 타 한인은행에 비해서도 유난히 낮았다. 그래서 행장을 바꿨고 비한인 이사도 새 사람들로 교체했다. 현 경영진과 이사진은 정직하고 은행 일을 잘한다. 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나라은행의 주식까지 처분할 생각은 없다. 주당 13.88달러에 매입한 주식이 25달러 올랐어도 안팔았는데 7달러도 안되는 지금 가격에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 -나라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작년 주총에서는 2012년까지 동급은행 중 수익성 기준 20대 은행이 되겠다는 약속도 주주들과 했었는데. "은행이란 건 이사장이나 행장이 하는 게 아니다. 못하면 행장이나 이사장이 책임져야 하고 잘하면 직원 모두가 공을 나눠가져야 한다.이사장과 이사직은 사임하지만 여전히 대주주로 남기 때문에 은행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두 패로 나뉘어 있던 이사회도 이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은행 내부 분위기가 아주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한인은행가에 조언을 해준다면. "한인 은행들에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20년 이상 해오던 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 경제가 다른 상황이고 정부 규제가 달라졌다. 감독당국이 은행을 보는 눈도 달라졌고 고객들이 은행에 원하는 것도 달라졌다. 거기에 맞춰가지 못하는 은행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이사로 미국-아시아 문제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와 여러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 분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쪽 지역의 교육 사업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다.” -차기 이사장 인선은. “차기 이사장은 이사회가 알아서 하겠지만 사임의사를 전하면서 젊은 이사들을 추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염승은 기자 [email protected]

20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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